[후기] '선촌 마을 부녀회와 함께하는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를 마치며

정정옥 (용남면 선촌마을 부녀회장)

편집부 | 기사입력 2019/10/03 [02:08]

[후기] '선촌 마을 부녀회와 함께하는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를 마치며

정정옥 (용남면 선촌마을 부녀회장)

편집부 | 입력 : 2019/10/03 [02:08]

쓰레기 없는 마을 넘어, 자원순환 마을로

 

▲ 정정옥 선촌부녀회장     © 편집부

 

“형수님, 마을이 달라졌어요” “그 많던 쓰레기 누가 치웠어요?”

지난 달,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도련님이 깨끗해진 마을을 둘러보고 하신 말씀이다. 

 

“마을 부녀회원들이 힘을 모아 쓰레기를 치우고 코스모스 꽃길을 만들었어요.”

“부녀회장님이신 형수님이 수고하셨네요.”

“아니에요. 이장님과 부녀회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노력한 결과에요.”

 

주민 모두가 힘 모아 한 일이지만, 칭찬에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선촌마을이 깨끗한 마을로 바뀌기 시작한데는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의 역할이 컸다. 지난 4월 환경운동연합에서 마을 안길과 주변 농경지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같이 치워보자고 했다. 그것도 약간의 활동비를 주겠다면서 말이다. 마을에 쓰레기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우리는 활동비라는 말에 마음이 혹해 제안을 덜컥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는 계획을 세우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그냥 쓰레기를 죄다 모으고 청소차로 실어내면 될 일을, 자원순환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부녀회에 핵심참여자 다섯 명을 선정해 달라고 하더니 사업계획을 세우자고 했다. 

 

핵심 참여자 다섯은 사업계획 순서에 따라 마을 구석구석에 버려진 쓰레기 현황조사부터 시작했다. “쓰레기는 사람이 쓰다가 버린 모든 물건입니다”라는 말에 따라, 우리는 휴대폰을 들고 밭둑, 도랑, 마을 안길, 해변으로 나갔다. 바다에서 조개 캐고 들에서 채소나 나물을 캐러 다니던 내가 난생 처음 쓰레기 조사를 하러 나가자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쓰레기가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어?”하며 나선 우리는 밭둑에 들어서자마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깨진 고무대야, 찢겨 버려진 차광망, 햇빛에 삭아 가루가 난 거름포대, 그물, 건축자재, 심지어 침대 매트리스까지 없는 게 없는 듯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며 우리 스스로가 놀랐다. 

 

늘 다니던 이 길가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있었다니, 우리는 그동안 무얼 보고 다녔는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더니 관심 없던 농부이자 어민인 우리는 그동안 쓰레기에 눈길이 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 사업은 6월부터 9월까지 실시되었다. 7월 정화활동에는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동원한 ‘충무라이온스 클럽’ 회원들이 함께 했다. 버려져 오래된 그물, 농자재, 건축자재, 가전제품 등이 하도 많아 분리배출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날 치운 쓰레기양이 5톤 트럭 다섯 대 분량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청소를 마친 저녁 무렵에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집집마다 쓰레기에 붙일 표딱지 값이 아까워 켜켜이 쟁여두었던 쓰레기를 몰래 들고 나왔다. 마을 예산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시쳇말로 ‘웃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쓰레기 분리배출이 일상화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의미가 없는 일도 아니었다.

 

마지막 회차에는 전문가의 쓰레기 분리배출 교육을 받은 후 정화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첫 활동 직전에도 교육이 있었지만, 당시는 듣는 둥 마는 둥 했기에 쓰레기를 치우는 데만 급급했던 것 같다. 당시 한데 몰아 치워버렸던 쓰레기들이 대부분 자원으로 순환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정화활동에 참여한 대부분의 부녀회원들은 부끄럽고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플라스틱 종류는 8가지가 넘었고, 빈병도 소주병과 음료수병 배출방법이 달랐고, 종이도 종류가 있고, 깨끗한 비닐은 재활용 되고, 이물질이 묻은 비닐은 소각용으로 분리해야 한다. 그동안 비닐은 모두 재활용이 되는 줄 알았고, 병은 씻어서 뚜껑만 분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내가 배출한 대부분의 재활용 쓰레기는 소각되었나 보다. 그동안 나는 잘한다고 자부했는데, 혼자만 열심히 분리했고 환경을 생각한다고 잘난 척 했던 지난날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네 차례에 걸친 정화활동 이후, 우리 동네 부녀회원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몇 가지 변화를 소개한다.

 

첫째, 우리는 쓰레기 배출을 기준에 맞추려 노력한다. 쓰레기는 자원이고, 자원은 순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둘째, 불법소각이나 투기가 사라졌다. 나아가 길가나 바닷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가슴에 돌 하나를 둔듯하여 치우게 된다는 윤삼순 회원의 이야기에서 우리 선촌마을 부녀회의 변화를 본다. 

 

10월을 맞으며 길가의 쓰레기를 걷어내고 씨 뿌린 코스모스가 가을을 맞아 활짝 꽃을 피웠다. 동네를 오가는 사람들의 눈이 즐거울 것이다. 선촌 마을이 맞는 이 아름다운 가을과 함께 우리도 그만큼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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