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통영21(위원장 위영희)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서피랑의 '야마골 레드카펫 이야기' 조성사업이 작은 논란을 낳고 있다.
푸른통영21의 '아름다운 마을만들기'를 위한 프로젝트로 그동안 동피랑과 연대도, 강구안 골목 등의 성과에 이은 또 하나의 사업 추진이지만, 이번 일명 '야마골'의 대상지 선정은 너무 앞서 나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찮다. 한마디로 '과유불급'이라는 말이다. 비판의 목소리는 이렇다. "통영은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 줄 각종 문화유산도 많은데, '야마골'을 끄집어 내어 알려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 그 줄거리다. 실제로 통영은 '통제영' 300년의 역사와 함게 하고 '한산대첩'의 승전지이며, '서포루'는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역사적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바로 인근의 서포루를 모욕하는 논리도 성립될 일이다.
일명 '야마골'로 불리는 그곳으로 올라가는 넓직한 계단은 99칸이다. 그래서 99계단으로도 통했다. 실제로 '야마골'은 질곡 많은 근현대 역사의 아픈 현장이다. 80년대 초까지 뚝지먼당으로 가는 길 양옆의 빼곡한 옛 가옥들은 뱃사람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윤락촌'이 있었고 집 집마다 붉은 알전구를 밝히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스토리'가 있는 마을을 만든다 하지만, 실제로 외지 관광객들에게는 비웃음만 살 일이될 것이다. 계단에 '화투장'을 그리는 것도 놀랄 일이다. 우리나라 어디에도 과거 '윤락촌'을 이처럼 이벤트화 해서, 관광객들에게 소개해 주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야마골'의 눅눅한 기억에 햇살을 비추는 것은 좋다. 주최측의 설명에 따르면 "축축한 기억과 곰팡내 나는 옛날이야기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서 웃음과 즐거움이 대신 그 자리를 메우게 하기 위해 여전히 남아있는 99계단을 주제로 서피랑 몬당에 오르는 산책로를 잘 다듬어서 '스토리텔링'이 있는 골목으로 부활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지만, 이처럼 이벤트화 해서 알려지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부를 뿐이다. 이번 사업은 아픈 상처를 다시 한번 만들어 내는 것과 같지 않을까? 후손들이 전혀 몰라도 될, 사실상 그만한 가치가 없는 곳을 재삼 각인시켜야 될 이유는 없다. 지금은 대부분 다 허물어지고 조악한 시멘트 구조물, 그리고 잡초더미로 남아 지난날의 굴곡진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면,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마을만들기'를 진정 위해서라면, 그냥 조용히 차근차근, 주변환경부터 개선하고, 다른 색깔의 마을을 만들어 내면 될 일이다. "배고프고 속 쓰리던 시절의 슬픈 자화상", 게다가 그다지 자랑스럽지 못한, 애써 감추고 싶은 근현대 문화의 산물이라면,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일을 추진해서는 더 더욱 안될 일이다. 그동안 동피랑을 필두로,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그리고 최근의 강구안 골목 사업들을 추진해 오면서 보였던 푸른통영21의 그 좋은 성과물들이, 자칫 이번 '야마골' 사업으로 그동안 쌓아 온 명성에 먹칠이 될까 두렵다. 사업 추진을 다시 한번 고민해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tynp.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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