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구려 유적지 탐방을 다녀와서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통영시협의회 자문위원 이판호

편집부 | 기사입력 2014/10/01 [19:02]

[기고] 고구려 유적지 탐방을 다녀와서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통영시협의회 자문위원 이판호

편집부 | 입력 : 2014/10/01 [19:02]

일상의 소중함을 잠깐 뒤로하고 삶의 리듬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의 탐방여행, 그것도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간다는 사실에 가슴이 먼저 눈을 뜨니 벌써 새벽 여섯시, 인천국제공항에 와 있었다.

시·공을 넘나드는 들뜸으로 약간의 흔들림과 굉음이 스치는가 싶더니 중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심양에 도착하였다.
 
마련된 전용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 압록강 앞으로 펼쳐진 북한의 들판에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아! 이곳도 내 조국인가!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압록강대교, 단교·위화도, 어적도 등 북한의 풍경이 나의 평상심을 어지럽게 하는 것은 아마도 처음 보는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대한민국 온 국민의 일원이기 때문일까!
 
이곳도 우리 민족이 사는 땅인데 달콤한 거짓말 보다 씁쓸한 진실로 접근하고 싶은 열망이 더욱 간절해 짐을 피하고 싶지 않다.

기대와 설레임으로 점철된 하루를 보내고 옛 고구려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집안시로 이동하여 고구려 유적지 탐방에 나섰다. 온 몸으로 느껴보자고 작은몸·큰가슴으로 다가서자고 혼자서 조심스럽게 마음 준비를 해 본다.

집안시는 고구려의 수도였으며, 고구려 두 번째 수도인 국내성이 있는 곳이다. 일제 때는 민족주의 독립운동기지였던 곳이기도 하며, 다양한 고구려 유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그야말로 고구려의 박물관과 같은 곳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님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보는 것은 눈이지만 본 것을 간직하는 것은 가슴과 혼의 몫이리라.
 
광개토대왕릉은 돌무덤으로 되어 있으며 처음에는 장군총의 8배나 되었다지만 오랜동안의 풍파와 관리부재로 현재는 오히려 장군총 보다 작아보였다. 장수왕릉인 장군총은 7층 피라미드형으로 5세기초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조상의 혼이 엄숙하게 안치돼 있는 문화유산의 관리가 부실한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훼손은 세월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 더 큰 비중을 차지 한다고 본다.
 
오효묘는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현무가 그려져 있으며 남편의 묘를 중심으로 부인의 묘, 첩의 묘로 구분 되기도 한다.

귀족의 묘라고도 불리는 오효묘는 천정에는 별자리와 용이 있어 천상을 나타냈고 또한 신들을 그려 놓았는데 달신(여자), 해신(남자), 신농신(농사신), 수레바퀴신 등이 있었다.
 
환도산성은 유리왕때 고구려가 국내성으로 수도를 천도하면서 축조한 성이며 광개토대왕비는 높이가 약 6.4m로 대한민국에서 최대크기로 고구려인의 민족성과 문화가 담겨져 있는 총 1,775자로 새겨져 있다. 비석도 세월의 쓴맛을 비껴가지 못 할진데, 역사를 왜곡하려는 몹쓸 자들의 쓴맛까지 견디면서도 오늘에까지 이르렀다니 참으로 씁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록 바위지만 선조들의 위대한 업적을 담고 있는 역사석을 이렇게 방치 했다니 부끄럽기도 하고 분한 마음과 더불어 죄송스럽기도 함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있을 곳에 있어야 하는 숙명 때문인지라 이곳에서라도 좀더 많은 관심과 철저한 관리와 보호가 있으면 조금은 안심이 될 것 같다.
 
역사가 없는 국가와 민족은 기억해야 할 기록도 없으며 기록이 없는 역사는 국민을 일깨우지 못하니 그 무엇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교육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더 큰 문제는 진실된 역사를 알지 못하고 동북공정과 같은 거짓된 역사를 배우고 있다는 현실에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광개토대왕비를 보면서 느끼는 또 하나는 인류 역사에서 힘은 넘치나 지혜가 부족한 인물과, 지혜는 있으나 힘이 부족한 인물은 많았으나 힘과 지혜를 겸비한 인물도 드물게 있었음은 아마 광개토대왕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대왕께서 말씀했던가? 무릇 칼을 씀에 있어서 누군가를 죽일려고 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칼을 쓰는 것이다. 라는 말씀도 생각해 보면서 오늘은 머리와 가슴이 눈 덕분으로 참으로 의미 있고 맛있는 과거로의 여행을 하게 된 것 같다. 소중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타고서...
 
평생에 한 번도 보지 못 할 뻔한 소중한 역사적 유적을 볼 수 있었기에 감회가 새로우면서도 다른 나라를 경유하여야만 갈 수 있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전체통일은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부분통일(관광, 문화, 스포츠 등)만이라도 먼저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따름이다.
 
다음날 민족의 영산 백두산 가기위해 서파로 이동 하였다.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길 때 마다 조심스럽기까지 한 것은 무엇일까!

말만 들어오던 민족의 정기가 서려있는 성지와 같은 곳, 백두산은 그 높이 만큼이나 자태도 신비스럽고, 가히 명경지수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함인가, 천지의 물을 보니 온 몸의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게 하는 영약을 마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아직도 이름 모를 야생화가 곳곳에서 그 자태를 뽐내면서 강인한 고구려인의 정신을 담은 것 같은 자생력으로 굳건히 버티고 있는 모습에는 조만간 다가올 혹독한 한파에 대비하는 것처럼 보여 숙연하기까지 하였다.
 
일정동안 본 것도 느낀 것도 가슴에 담은 것도 많은 여정이었다.

도도히 흐르는 압록강, 광개토대왕비, 광개토대왕릉, 장군총, 오효묘, 칠성산 고봉문, 환도산 성남문, 오녀산성, 졸본성터, 오녀박물관 등 크고 작은 유적과 문화를 담고 있는 과거의 유산들이 변함없는 의미와 가치로서 현재의 후손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가이 없는 것이지만, 백두산이 두 개로 나눠지고 바른 역사를 날조하여 자기의 역사로 바꾸려는 동북공정(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의 준말) 추진은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저하시켜서 영토분쟁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자국민의 자부심 및 정체성확립에 기여하려는 반역사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억울하여 생긴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음을 어찌 하겠는가.
 
어느 유적하나 깊은 의미와 가치가 없는 것이 없지만 훼손정도가 매우 심하여 본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여서 안타까움도 있었고, 또 졸본성이 우리의 옛 영토라고 하니 아쉬움도 남는다. 빠른 시일 내에 남북이 통일되어 조국의 산하를 거쳐서 백두산까지 갈 수 있는 그날이 도래했으면 하는 소원도 빌어본다.

완전한 평화통일을 위해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진실한 역사를 앞세워 남아있는 유적들의 영원한 존치를 기하는데 적극적이고 정성스러운 문화외교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닷새간의 고구려 유적지탐방의 참의미라면 선대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철저히 관리하고 지키지 못하면 정작 보고자 할 때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닳은 것이다.
 
탐방일정동안 늘 머릿속에 있었던 것은 가장 중요한 남북간의 문화의 동질성이 더 변질 되기전에 빠른 통일을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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