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윤 시인의 시집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출간

'푸른사상 시선 131'로 출간, 일상생활의 갈피에서 틔워내는 시편

김영훈 기자 | 기사입력 2020/08/25 [15:41]

이명윤 시인의 시집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출간

'푸른사상 시선 131'로 출간, 일상생활의 갈피에서 틔워내는 시편

김영훈 기자 | 입력 : 2020/08/25 [15:41]

▲ 이명운 시인 시집  © 편집부



통영시청 집필실에 재직하는 이명윤 시인의 시집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이 '푸른사상 시선 131'로 출간됐다.

 

이명운 시인은 현실의 갈피갈피를 시의 눈으로 각색하는 그에게 일상생활은 모든 시의 원천이자 모체이다. 소외되고 그늘진 존재를 어루만지며 나직한 어조로 노래한 이 시집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작품 세계

 

이명윤은 철저하게 생활주의자이자 현실의 시인이다. 그에게 일상생활은 모든 시의 원천이자 모체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일상의 숱한 곡절들이 그에게로 와서 착실히 고인다. 일상을 시화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가 참신하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익숙한 현실을 자신만의 프리즘으로 낯설고 새롭게 틔워낸다. 이와 같은 그의 시를 내 방식대로 정리하면 그는 ‘모던한 리얼’ 계열이다. 현실의 내밀한 본성을 세밀한 시의 눈으로 각색하는 시인인 것이다. 시 '숟가락들'에 그의 이러한 특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하늘을 나는 숟가락이 있다 먼 길 뛰어가는 숟가락이 있고

숟가락을 들고 줄을 선 숟가락이 있고 자꾸만 숟가락을 뒤집어

보는 숟가락도 있다 그래봤자 숟가락인 숟가락

― 「숟가락들」 부분

 

현실의 ‘숟가락’을 ‘시’로 바꾸어 읽으면 이명윤이 꿈꾸는 시의 세계가 오롯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하늘을 나는 숟가락”은 ‘하늘을 나는 시’에 다름 아니다. 마찬가지로, “숟가락을 뒤집어보는 숟가락”도 ‘시를 뒤집어보는 숟가락’으로 읽을 수 있다. 그는 드물게도 현실의 비의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리얼리스트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그를, 범상을 뛰어넘는 ‘포월(包越)적 현실주의자’라 여긴다. 개펄이라는 현실을 품되 그 개펄을 뛰어넘으려 하는 자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침 없이 일상의 또 다른 본성들을 시화하는 그에게 광영 있기를.

― 정우영(시인) 작품 해설 중에서

 

추천의 글을 남긴 오봉옥 시인(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은 이렇게 남겼다.

 

"이명윤은 날것 그대로를 보여준다. 마치 수제비를 뜨듯 일상의 한 부분을 뚝뚝 떼어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소외되고 그늘진 존재들을 어루만질 때에도 감정을 억누른 채 담담하게 진술한다. 그럼에도 시를 다 읽고 나면 가슴이 아려올 때가 많다. 그가 그려낸 사물들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인물들은 생생하게 육박해 온다. 이상한 일이다. 그는 분명 나직한 목소리로 노래했을 뿐인데 가슴속에선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그의 담담한 진술 속엔 억누르는 슬픔 따위로 설명할 수 없는 여백과 잔상과 울림이 있다."고..

 

▲ 이명윤  © 편집부

시집을 출간한 시인의 말은 간단 명료하다. "고백건대, 사람에게 가는 길이 제일 멀고 힘들었다."고.

 

이명윤 시인은 1968년 통영에서 태어났다. 출입구에 늘 갯바람이 들락거리던 미수2동사무소 근무 시절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해 서른아홉이 되던 해인 2006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았고, 2007년 계간지 '시안'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으로 '수화기 속의 여자'가 있다. 현재 통영시청에서 집필 업무를 맡고 있다.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내 마음의 강가에 펄펄,

쓸쓸한 눈이 내린다는 말이다

유년의 강물 냄새에 흠뻑 젖고 싶다는 말이다

곱게 뻗은 국수도 아니고

구성진 웨이브의 라면도 아닌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나 오늘, 원초적이고 싶다는 말이다

너덜너덜해지고 싶다는 뜻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도시의 메뉴들

오늘만은 입맛의 진화를 멈추고

강가에 서고 싶다는 말이다

어디선가 날아와

귓가를 스치고

내 유년의 처마 끝에 다소곳이 앉는 말

엉겁결에 튀어나온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뇌리 속에 잊혀져가는 어머니의 손맛을

내 몸이 스스로 기억해낸 말이다

나 오늘, 속살까지 뜨거워지고 싶다는 뜻이다

오늘은 그냥, 수제비 어때,

입맛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당신, 오늘 외롭다는 말이다

진짜 배고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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