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은 배려 큰 기적 '생명의 길 터주기'

조길영 통영소방서장

편집부 | 기사입력 2016/01/26 [15:56]

[기고] 작은 배려 큰 기적 '생명의 길 터주기'

조길영 통영소방서장

편집부 | 입력 : 2016/01/26 [15:56]

▲ 조길영 서장     © 편집부
겨울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길을 가다 보면 인근 공사장이나 재래시장내 추운 날씨로 전열기구를 몇 개씩 켜놓고 몸을 녹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뛴다. 한 점포에는 빨갛게 불이 들어온 전열기구 옆으로 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이 펄럭이고, 채소를 담았던 종이상자가 가득 놓여 있었다. 전열기구가 연결된 콘센트와 전기선은 낡아 먼지가 쌓여 있었다.
 
이곳 상인은 “여기서 장사한 지 20년이 넘었으니 전기선도 그만큼은 나이를 먹었겠지.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었는데 설마 불이 나겠냐”고 말했다. 상인의 말처럼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만일 우리가 원치 않았던 화재가 발생한다면?
 
요 근래 각종 언론매체와 뉴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독일 소방차 길 터주기” 영상이 소개된 적이 있다. 또한 부산에서도 “구급차가 만든 모세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UCC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 화제의 동영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모세의 기적”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애굽을 탈출하던 중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며 뒤쫓아 오던 애굽의 병사들을 뒤로하고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행함으로써 무사히 바다를 건너갔다는 성경의 내용을 비유하여, 사방이 꽉 막힌 도로에서 구급차를 비롯한 긴급 자동차가 지나가는 길을 홍해의 물길이 갈라지듯 길 양쪽으로 차들이 비켜선 것을 표현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안전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간절함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소망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소방차 길 터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각종 재난사고 발생 시 신속한 출동을 위한 “소방출동로 확보”는 우리국민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5분”이라는 시간은 심정지 환자에게서는 뇌손상이 시작되는 시간이며, 화재현장에서는 연소 확산속도와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겨울철은 화재뿐만 아니라 출동하는 소방차량 운행에도 취약하다. 무려 5톤이 넘는 소방차는 소방용수의 출렁거림으로 겨울철에는 노면의 특성상 자칫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 인위적인 출동 장애와 자연적인 출동 장애 또한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쯤 되면 아무리 긴급출동이라도 도로 위에서는 모든 차량이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화재, 구조, 구급 현장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으며, 사고현장까지 도착하는 시간 또한 다른 계절에 비해 장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반면 화재, 구조, 구급 등 각종 사고현장의 상황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것과 같이 화재의 경우 초기 5분이 지나면 화재의 연소속도 및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고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 진입이 곤란해진다.

즉 소방차량이 최대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사고현장에 도착하는 것은 물길을 가르고 홍해를 건너는 사람을 구하는 것뿐 아니라 뒤늦게 홍해를 건너다 빠진 사람도 건져낼 수 있는 기적과 같은 일에 견줄 만하다.

앞서 언급한 모세의 기적과 견줄만한 우리자신들의 기적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운전 중 소방차량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면, 지금부터 그 방법을 안내하고자 한다.

소방차량 피양 방법의 가장 기본은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정지하는 것이다. 교차로에서는 교차로를 지나 우측에 일시정지를 해야 하며, 편도 1·2차로에서도 소방차량은 1차선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우측(2차선)으로 양보운전 하거나 일시정지 해야 한다. 편도 3차로 이상의 도로에서는 소방차량은 2차선으로 진행하며, 일반 차량은 1차선 및 3차선(좌·우)으로 주행해야 한다.

교통상황 및 도로여건에 따라 소방차량의 진로는 유동적으로 움직이지만, 위 사항은 소방차량 주행 시 가장 기본이 되는 공식이다. 즉, 소방차량과 운전자 간에 무언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소방출동로 확보 관련 사설이나 기고문 등이 언론매체를 통해 집중 보도되고, 소방관서에서도 각종 캠페인 및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등 소방출동로 확보 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운전자 본인의 의식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방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는 이유, 단지 소방차량이기 때문이 아니다. 응급환자가 타고 있고 긴급히 출동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다. 내 집, 내 가족을 위해 출동하는 차량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소방차량 길 터주기”에 적극 동참하자. 소방차량의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길을 비켜주기 위해 준비하는 “센스(sense)있는 운전자”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나의 안전도 확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재난으로부터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출동하는 소방차에 길을 열어주는 순간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로 한발 다가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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