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통영국제음악제, 열흘간의 프로그램 '리뷰'

편집부 | 기사입력 2021/04/05 [19:01]

2021 통영국제음악제, 열흘간의 프로그램 '리뷰'

편집부 | 입력 : 2021/04/05 [19:01]

'2021 통영국제음악제'가 ‘변화하는 현실(Changing Reality)’을 주제로 지난달 26일부터 4일까지 열흘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폐막공연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함께 시작을 알렸고, 바스케스의 지휘봉 아래 73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윤이상의 ‘서주와 추상’,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김봄소리 협연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해 평화와 희망의 긍정적 메시지를 전했다.

 

김봄소리는 대체 협연자로 나서 유감 없는 기량을 보여주며, 이후 리사이틀에서도 활력넘치는 무대 매너와 연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전날 첼로 리사이틀로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며 한국 관객들과의 성공적인 첫 만남을 가진 첼리스트 카미유 토마는 28일 한 차례 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지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와 파질 사이의 첼로 협주곡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아시아 초연으로 무대에 올랐고, 뒤이어 오케스트라의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8번’ 연주에 오랜 시간 무대를 기다려왔던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당일 앙코르로 준비됐던 마르케스의 단손 제2번은 고통스런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 한가지 눈여겨볼 만한 연주는 피아니스트 4인 4색 마라톤 콘서트였다. 저마다의 고유한 스타일로 훌륭한 피아니시즘을 펼치고 있는 4명의 피아니스트들이 피아노 배틀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다양한 개성과 스타일을 한 무대에서 접할 수 있었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획으로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공연이 진행됐던 170분 동안 재단 공식 채널을 통한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조회수는 3,500명 이상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한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예술 장르’라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은 ‘디어 루나’는 발레리나 김주원이 예술감독으로 나서며 현대 무용가 최수진의 안무, 작곡가 김택수의 음악으로 합을 이뤄 춤, 대사, 음악 그리고 영상이 결합해 인간이 나아가야 하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달의 변화와 흐름에 담았다.

 


임채묵 작가의 소설을 판소리 드라마로 선보인 안이호의 ‘야드’는 소설의 내용이 움직임과 판소리로 이미지화 되며 안이호가 원작을 읽으며 느낀 감상과 머리에 남은 잔상이 현대무용가 금배섭의 연출로 무대로 옮겨졌다. 

 

이를 통해 밴드 이날치의 멤버로도 활동 중인 소리꾼 ‘안이호’의 새로운 면모도 엿볼 수 있었다. ‘디어 루나’와 ‘야드’는 통영국제음악제 자체 제작 세계 초연 작품으로 음악제의 정체성인 창조적 프로그래밍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윤이상의 음악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오보이스트 잉고 고리츠키가 이끈 이마주 공연은 김유빈, 백주영, 이강호, 김태형이 참여하여 동서양의 예술적 심상의 소통을 테마로 윤이상의 ‘피리’, 윤이상의 ‘이마주’와 드뷔시의 ‘이마주’를 나란히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래밍으로 클래식 음악 팬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음악제 기간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으로 활발히 활동하면서도, ‘이마주’ 공연과 플루트 리사이틀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넘나드는 김유빈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외에도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오, 피아노퀸텟, 현악육중주, 퓨전 판소리, 재즈 등 다양한 연주형태와 프로그램에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펼쳐내는 밀도 높은 호흡이 더해져 관객들은 공연선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또한 현대음악이 창작되고 유통되는 활발한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독일문화원과 통영국제음악재단의 공동주최로 지난 7년간 진행된 아시아작곡가 쇼케이스는 새로운 포맷을 약속하며 마지막 수상자를 선정하고 그간의 성과를 함께 나누었다. 

 


한국 현대음악계의 거장이고 윤이상의 제자였던 2020년 타계한 작곡가 강석희 선생의 대표작을 앙상블 아인스가 연주하며 현대음악이 음악제의 본질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증명했다.

 


2021 통영국제음악제는 베토벤의 웃음과 모차르트의 눈물이 교차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베토벤 교향곡 제8번과 모차르트 레퀴엠이 연주된 폐막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임선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파벨 콜가틴, 베이스 박종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대전시립합창단이 출연하며 사샤 괴첼이 지휘를 맡았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도 부족하지 않은 전달력과 사운드를 선사한 합창단의 연주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고 관객들은 레퀴엠의 연주가 끝난 뒤 박수와 갈채를 자제하며, 수준 높은 감상 매너를 보여주는 동시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코로나19로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는 위로의 시간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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