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는 여러분을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통영소방서 소방정대 소방사 김주헌

편집부 | 기사입력 2014/10/14 [23:10]

[기고] "우리는 여러분을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통영소방서 소방정대 소방사 김주헌

편집부 | 입력 : 2014/10/14 [23:10]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사명감으로 소방에 입문한지 4년이 지나가고 있다. 나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인지 몸소 느끼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던 나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그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소방관 폭행사건'이다. 남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때는 몇년 전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훈련, 장비점검 등 출동대비에 임하던 중 구급출동 지령이 내려졌다. 어깨탈골로 추정되는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으로, 구급차를 타고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상황은 어떨까?', '어떤 대응을 할까?' 머릿속으로 그리던 중 어느새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맞닥뜨린 상황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신고자로 보이는 사람은 우리를 보자 폭언을 쏟아내며 발길질을 하는 등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고, 그 도가 너무 지나쳐 현장처치가 어려운 지경이라 진정을 시켜보아도 막무가내였다.
 
급기야 현장출동 대원을 폭행하기에 이르렀는데,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환자도 있었던 터라 어떻게 해야 할 지 순간 얼음이 된 듯 했다.(출동 전 머릿속으로 그린 현장상황엔 폭행은 없었으니...)
 
환자처치와 이송이 급했던 터라 환자이송을 한 후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몄다. 결국 폭행을 한 그 사람은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고, 내가 근무하는 곳의 구급대는 몇 시간이나 출동 공백이 발행했다.
 
위 사건은 실제 경험한 내용으로 아직도 끊이지 않는 구급대원 폭행사건이 이슈가 되는 요즘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

최근 5년간 관련 통계에서는 500여건을 상회하는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처벌을 받은 건수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피해가 발생되고 있을 것이다.
 
폭행으로 인한 대원의 부상, 사기저하는 말 할 것도 없지만, 그로 인해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는 불상사도 다반사다. 물론 폭행당사자의 법적인 책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위급한 사람을 도와주는 소방관이다.
현장에 도착해 우리를 보고 안도하는 요구조자 보습을 보며 무언가 할 수 있고 도움을 드릴 수 있음에 보람을 느끼며 하루 하루 밤을 새어가며 일하고 있다. 구급대원 폭행은 단순한 폭행이 아닌 다른 누군가, 아니, 우리 가족이 위급할 때 도움 받을 수 없는 불행으로 이어지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금 소리 질러 본다.
우리는 여러분을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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